채널명: 뉴스홈 > 정치 > 국제 기사 제목: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르완다가 던지는 자립의 메시지

2026-07-29 17:19 | 입력 : 김송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국가경영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이 될 것이다.
카가메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풍부한 자원과 젊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왜 계속 외부의 원조와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질문해 왔다. 그는 2015년 르완다 청년포럼에서 “우리가 가진 자원이 이렇게 많은데도 왜 아프리카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의존하는가”라고 물었고, 2021년 아프리카의 보건 재정 문제를 논의하면서도 “우리는 영원히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도움을 받더라도 국가의 운명과 발전 방향을 다른 나라가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 가깝다. 원조는 필요할 수 있지만, 원조가 국가 운영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폐허에서 시작한 르완다

르완다는 1994년 대학살로 국가 공동체가 붕괴한 비극을 경험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행정·경제·사회 기반도 사실상 파괴됐다. 카가메 정부는 이후 국가 재건 과정에서 치안과 행정질서를 확립하고, 부패를 억제하며, 정보통신·관광·서비스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르완다 경제는 2025년 9.4% 성장했고, 2026년 1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업과 산업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르완다가 보여준 변화의 출발점은 자원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르완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이고, 거대한 석유자원이나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도 아니다. 카가메는 이러한 조건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로 삼기보다 국민의 역량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받아들였다.
그가 강조한 ‘아가치로Agaciro’도 이와 연결된다. 아가치로는 르완다어로 존엄과 자존을 의미한다. 국가의 존엄은 다른 나라가 인정해 주는 지위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철학이다.

의존은 때로 책임을 약화시킨다

한 국가가 외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지도자는 국민보다 지원국과 국제기구를 먼저 바라보게 된다.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보다 원조금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실패에 대한 책임도 외부 환경에 돌리기 쉬워진다.
반면 자립을 선택한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을 걷고 그 사용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 산업을 육성하고 인재를 길러야 하며, 국가의 부족한 재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자립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개인이나 지역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다리는 지역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지원을 받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지원을 지역의 자립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보조금이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일자리, 교육과 인재,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겠다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다른 사람과 대등하게 협력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현실주의다. 의존하는 국가는 부탁하지만, 자립하는 국가는 협상한다. 의존하는 국가는 상대방의 결정을 기다리지만, 자립하는 국가는 자신의 선택을 제시한다.

자립이 권력의 독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카가메식 국가경영을 경제적 성과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카가메 대통령은 국가 재건과 경제성장을 이끈 지도자로 평가받는 동시에 장기집권과 정치적 자유 제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가메는 2024년 대통령선거에서 공식 득표율 99.15%로 다시 당선됐다. 인권단체들은 이 선거가 야당과 비판 언론의 활동이 제한된 환경에서 실시됐으며, 르완다의 정치적 공간이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가의 자립은 지도자 개인의 권력 강화와 구별돼야 한다. 진정한 자립국가는 외국에 휘둘리지 않는 국가인 동시에, 국민이 정부를 감시하고 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는 국가다. 국가가 외부에 당당하려면 정부도 국민 앞에 당당해야 한다.
국가의 존엄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자립은 또 다른 권위주의의 명분이 될 수 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서로 대립하는 가치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도움을 기다리는 나라에서 선택하는 나라로

카가메 대통령의 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누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가.  국가는 외국을 바라보고, 지방은 중앙정부를 바라보며, 조직은 지도자 한 사람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지원이 끊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의존의 연장이다.
외부의 도움은 자립을 앞당기는 마중물이어야 한다. 교육은 스스로 판단하는 시민을 길러야 하고, 복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지역정책은 일회성 예산 확보가 아니라 지역이 독자적으로 살아갈 산업과 인재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거칠고 단호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국가와 지도자의 무거운 책임이 담겨 있다. 남을 탓하지 않고, 가진 것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저앉지 않으며,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크기가 존엄을 결정하지 않는다. 자원의 양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가는 다른 나라와 대등하게 설 수 있다. 르완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경제성장률 자체가 아니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다.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오피니언뷰 & www.opinionview.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김송희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오피니언뷰로고

        • ■ 대표자명 : 탁영환 ■ 상호 : 오피니언뷰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서남동 157번지 6층 603호 ■ 신문등록번호 : 광주, 아00293 ■ 신문등록일자 : 2019년 04월 02일 ■ 발행·편집인 : 탁영환  ■ 편집국장 : 임승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송희 ■ 전화 : 062-573-0066 ■ 팩스 : 062-233-4306 ■ 이메일 : opinionview@naver.com ■ copyright ⓒ 2024 오피니언뷰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