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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공공기관장 임기, 대통령 임기와 일치 필요”…



대통령실이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차기 정권부터 시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1일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공기관장 임기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힌다”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일관되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국민주권 정부의 철학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도 자신이 같은 주장을 했음을 언급하며 “원칙적으로는 공공기관장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도 시행 시점을 둘러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 정부에서 곧바로 적용할 경우 특정 정권이 임기 도중 대거 교체를 단행한다는 비판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입법은 하되, 차기 정권부터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거론된다.

우 수석은 또 탄핵 국면에서 임명된 기관장 인사를 문제 삼으며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53명의 기관장이 임명됐고, 그 가운데 22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 임명됐다”며 “헌법적 한계를 넘어선 인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안이 이미 다수 발의돼 있는 만큼 여야가 대화로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는 채택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등은 임기를 대통령보다 길게 설정하거나 교차하도록 보장한다. 이는 특정 정권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독립기관장이 쉽게 교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예컨대 연준 의장은 4년 임기지만 대통령 임기와 반드시 같지 않고 연임도 가능하다. FTC 위원은 임기가 7년으로 대통령의 단임(4년)보다 길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공공기관 독립성을 강조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권 교체 때마다 전임 정부 인사와 현 정부 철학이 충돌하면서 논란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정권과 임기 일치론’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이다.

임기 일치론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찬성 측은 “대통령이 책임지는 국정 철학을 공공기관 운영에도 일관되게 반영할 수 있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임 정부 인사가 잔여 임기를 채우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줄이고, 국정 철학의 혼선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미국 사례처럼 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보다 길게 보장하는 것은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지켜내기 위한 장치인데, 한국은 오히려 정권 교체 때마다 ‘인사 불협화음’을 이유로 독립성을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정권 교체에 따른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면서도 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해치지 않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법 제도는 마련하되 차기 정권부터 시행하는 방식, 또는 특정 기관에 한정해 임기 일치제를 적용하는 방식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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