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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빌 경찰관 브렛 행키슨 |
2020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벌어진 브리오나 테일러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죄 평결을 받은 경찰관에게 미 법무부가 ‘징역 1일’이라는 사실상 면죄부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간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차별 해소를 위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법무부 시민권국(Civil Rights Division)이 돌연 입장을 선회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31일, 법무부 시민권국 하밋 K. 딜론(Harmeet K. Dhillon) 차관보는 루이빌 경찰관 브렛 행키슨(Brett Hankison)의 형량을 징역 1일과 3년간의 보호관찰로 줄여달라는 탄원서를 켄터키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형을 선고할 판사는 레베카 그레이디 제닝스(Rebecca Grady Jennings)로, 다음 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이 요청이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브렛 행키슨은 2020년 3월, 마약 수사 중 루이빌 시내의 한 아파트에 돌입해 브리오나 테일러(당시 26세)에게 수차례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관 중 한 명이다. 연방 배심원단은 지난해, 행키슨이 테일러의 창문을 향해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점을 들어 ‘시민권 침해’ 혐의로 유죄를 평결했다. 이 혐의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형량 요청서에서 "행키슨의 행위는 판단착오였으나, 고의성이 뚜렷하지 않았고 인명 피해를 의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주장했다. 딜론 차관보는 “그가 총격을 가한 방향은 테일러가 있는 방이 아니었고, 오히려 동료 경찰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요청은 법무부가 수년간 이어온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엄중 처벌 기조와는 배치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과 크리스천 클라크 전 시민권국장은 경찰 개혁과 인종정의 실현을 핵심 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클라크 국장의 돌연 사임 이후, 보수 성향의 하밋 딜론 변호사가 새로 임명되면서 내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권단체와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시시피 시민인권센터는 성명을 내고 “브리오나 테일러의 죽음은 사법 정의의 시험대였다. 법무부가 자국민의 생명보다 경찰의 입장을 우선시한 이번 결정은 정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테일러 유가족 역시 “우리는 단 하루가 아니라, 딸을 살해한 이들에게 온전한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브리오나 테일러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함께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촉발시킨 계기로 평가받는다. 당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확산되며, 경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전례 없이 고조됐다.
이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다시금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행키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주 중 켄터키 연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