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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호남 전략, 지역주의를 되살리다

– 보수 정권의 접근이 남긴 정치적 역효과
윤석열 전 대통령 광주유세장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지역주의 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중요한 선거였다. 윤석열 당시 후보는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에 비우호적이었던 호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전남 신안 하의도의 김대중 생가를 방문했으며, 설 연휴에는 호남 유권자 230만 명에게 자필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선거 결과 윤 후보는 광주에서 12.7%, 전남 11.4%, 전북 14.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대 보수 후보 중 호남에서 가장 높은 득표 성적을 냈다.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성과는 호남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징후로 해석되었으며, 유권자들도 지역 기반이 아닌 후보나 정책에 따라 투표하는 새로운 흐름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대는 실망으로 빠르게 뒤바뀌었다.

무엇보다 인사 편중이 눈에 띄었다. 정부 초기 인사에서 호남 출신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TK 출신과 검찰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독점하면서 “통합”을 외쳤던 대선 공약은 공허한 수사로 전락했다. 정권 운영 방식 역시 일방적이었다.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충돌이 이어졌고, 지역 갈등 조정 능력은 보이지 않았다. 호남 유권자들은 금세 “보수 정권은 결국 우리를 배제한다”는 정치적 불신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이재묵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윤석열 후보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호감도는 2.7점(10점 만점)에 불과했으며, 이는 이재명 후보(6.1점)나 문재인 대통령(6.6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단순한 득표율 상승이 정서적 수용이나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더욱이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에서도, 호남 거주 여부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 확률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독립 변수로 작용했다. 반면 영남 지역의 지역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오히려 호남이 여전히 강한 지역주의적 성향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 당시 자신이 만들어 낸 통합의 기회를 스스로 폐기했다. 그 결과,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보수 정권에 대한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했고, 지역주의 투표 성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선거 전략으로는 균열을 만들었지만, 국정 운영의 실패는 그 균열을 봉합해버린 셈이다.

보수정당이 진정으로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싶다면 단기적 이벤트나 상징적 방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성을 갖춘 호남 우대 정책, 특히 인사와 예산, 공공기관 배치, 지역 산업 투자 등에 있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외면할 경우, 일시적 득표 확장은 오래가지 못하며, 오히려 지역주의는 더욱 견고하게 되살아날 뿐이다.

보수정권이 지역주의의 본질을 외면한 채 선거용 이벤트에만 매몰된다면,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은 다시 민주당 중심으로 응고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보수정치인들의 인식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선거 패배가 아니라 민주당의 20년 집권이라는 정치 지형의 고착화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인식의 대전환이 없는 한, 균열은 다시 봉합되고, 지역주의는 구조적 회귀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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