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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원 강화” 트럼프, ‘친푸틴’ 노선 선회…유럽과의 거래가 계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전격 확대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대러시아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유럽과의 방산 거래 및 자원 협정이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출처 뉴욕타임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줄곧 우려를 낳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가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와 ‘무기 수출을 통한 유럽과의 분담’이라는 방식으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7월 29일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들이 전장에 빠르게 투입될 것”이라며 “몇몇 국가가 자신들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미국으로부터 교체분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해당국으로 거론된다.

그간 나토 비판과 철수 발언으로 동맹국들의 불안을 키워온 트럼프였지만, 이번 발표는 유럽 각국과의 긴밀한 사전 조율 끝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의 ‘거래 지향적 성향’을 파악하고, 무기 구매를 통한 분담 방식으로 그를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뤼터 총리는 지난주 나토 회의에서 트럼프가 직접 승인한 지원안을 통해 유럽과 미국 간의 “건설적 협력 모델”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의 우크라이나 지지자들과 젤렌스키 대통령 측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샤힌 상원의원(민주당·외교위원회 간사)은 “이번 결정은 유럽의 의미 있는 투자 덕분이며, 러시아의 잔혹한 공격으로부터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변화 배경에는 경제적 고려도 깔려 있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체결한 ‘광물 자원 공동 개발’ 협정 이후,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미국 무기 구매를 통한 유럽의 기여는 트럼프가 정치적 비판을 피하면서도 국내 경제적 이익을 강조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론도 존재한다. 러시아 국영 언론 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네오콘에 굴복하면 ‘바이든 2.0’으로 간주돼 MAGA 지지층에 버림받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반응은 여전히 강경하다. 미국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의 제니퍼 카바너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아직 협상할 의사가 없다”며 “러시아는 현재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추가 제재도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미국과 유럽의 무기 재고가 한정돼 있고, 유럽은 방산 생산 능력 자체가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50일 이내 휴전 없을 시 대러시아 100% 관세’ 위협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물품은 약 3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하며, 이는 주로 비료, 철강, 우라늄 등 필수 품목들이다. ‘2차 제재’ 방식으로 중국·인도 등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에까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영향은 클 수 있으나 국제 유가 급등 및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전 국무부 관리 에드워드 피시먼은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입 구조를 고려할 때, 이 조치는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선은 여전히 격렬하다. 최근 러시아군은 동북부 수미 지역에서 6마일 가량 진격했고, 동부 포크로우스크·코스챤티니우카 인근 도시를 포위 중이다. 트럼프가 밝힌 패트리엇 추가 지원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방어체계로, 키이우 등 주요 도시 방어에 핵심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 요격을 위한 어깨 발사 미사일, F-16용 공대공 미사일 등도 긴급히 필요로 하고 있다.

트럼프의 50일 시한 설정은 러시아의 여름 공세가 마무리되는 가을과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카바너 연구원은 “공세가 끝난 뒤 협상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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