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의 새벽은 포성이 깨웠다.” 24일 오전 3시 15분(현지 시각) 태국 우본랏차타니 공군기지를 이륙한 F‑16 전투기가 프레아비히어 사원 동쪽 캄보디아 진지를 정밀 폭격하면서 양국 국경이 14년 만에 다시 전면 교전 상태에 들어갔다.이어 캄보디아 육군 485여단은 BM‑21 다연장로켓 36발을 발사해 태국 시사켓 주 가스충전소와 주민 대피소를 강타했다. 이틀간 이어진 포격과 공습으로 민간인 16명이 숨지고 12만여 명이 대피했다. 태국 임시총리 푸탐 웨차야차이는 “필요하면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전방 2군단에 준전시령을 내렸다.
‘1904 식민지 지도’가 남긴 118년 한(恨)
캄보디아‑태국 국경은 1904·07년 프랑스‑시암 조계(調界)가 ‘당그렉 산맥 능선’을 선으로 그으면서 불씨를 품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62년 “프레아비히어 사원은 캄보디아 땅”이라고 판결했고 2013년 사원 절벽까지 캄보디아 영토임을 재확인했지만, 주변 고지 네 곳 귀속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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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2008~11년 두 차례 무력 충돌이 휘발유였다. 올해 2월 타 모안 톰 사원에서 태국 경찰이 캄보디아 관광객의 국가 제창을 제지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반(反)태국 시위가 번졌고, 5월 28일 총격전으로 캄보디아 병사 1명이 사망하면서 긴장이 폭발 단계로 치달았다
‘질·양 모두’ 태국 우세… 전력지수 두 계단 차
글로벌파이어파워(GFP) 2025 순위에서 태국은 145개국 중 25위(전력지수 0.4536), 캄보디아는 95위(2.0752)다. 태국은 현역 36만 명·예산 58억 달러, F‑16 43대·그리펜 11대 등 전투기 72대를 보유했다. 캄보디아는 현역 22만 명·예산 8.6억 달러에 고정익 전투기가 전무하고 헬기 21대가 전력의 전부다.
해군력도 격차가 크다. 태국은 경항모 ‘짜크리나라벳’과 프리깃 7척, 해병 2만 명을 운용하지만, 캄보디아 해군은 초계정 13척, 인원 2800명에 그친다.다만 캄보디아는 중국 자금으로 시아누크빌 인근 리암(Ream) 해군기지를 300 m 장대부두·5000t급 드라이독으로 확장, 중국 해군의 순환 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와 외세의 ‘트리거’
태국은 총리 인준 지연과 국왕 재가 파행으로 민심이 흔들리자 ‘안보 카드’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캄보디아도 훈센 전 총리에서 장남 훈마넷으로 권력이 교체된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라 “주권 수호”를 통한 내부 결속이 절실하다. 외교 지형도 갈등을 부추긴다. 태국은 2003년 美 ‘주요 비(非)NATO 동맹(MNNA)’ 지위를 얻어 매년 ‘코브라 골드’ 훈련으로 미 합동 운용 능력을 키워왔다. 반면 캄보디아는 2017년 美‑캄 ‘앙코르 센티널’ 훈련을 중단하고 중국과 ‘골든 드래곤’ 훈련에 집중, 군사 의존도를 높였다.
전망: “2~3주 내 휴전, 이후 저강도 교착”
군사 전문가들은 “제공권·물류에서 우세한 태국이 국경 150㎞ 내 캄보디아 진지를 제압할 수 있지만, 산악·밀림 점령 비용 때문에 ‘완충지대 확보’ 이상 확대는 부담”이라고 진단한다. 반면 캄보디아는 드론·자주포 등 비대칭 자산으로 장기 소모전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미·중 모두 ‘대리전 확전’을 꺼리는 만큼, ASEAN 의장국 말레이시아와 유엔 안보리가 2~3주 내 휴전 중재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후 양국은 △태국 — F‑35A 4대 도입·S26T 잠수함 건조 재개 △캄보디아 — 리암 기지 다국적 개방·드론 전력 확충 등으로 ‘포스트 휴전’ 우위를 겨룰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