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국민권익위, “획일적 탈시설 정책은 현실 외면”…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체계 권고

지원의사결정(SDM) 전문가가 발달장애인 곁에서 의사결정 도움

국민권익위원회는 정부의 장애인 정책 핵심 방향 중 하나인 일률적인 탈시설 추진이 자칫 현실을 외면하며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 지원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이 사망한 이후에도 자녀가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다.

현재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6만 명에 달하며, 이 중 70% 이상이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의 일상과 삶을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대부분 고령의 부모, 특히 어머니가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달장애인의 상태는 매우 다양하다. 일부는 간단한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자립생활이 가능하지만, 중증 장애인의 경우 화장실 사용조차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애인에게 동일한 자립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획일적 인권’에 머물 위험이 있다.

국민권익위는 “진정한 인권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발달장애인이 ▲시설에 남을 권리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여러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먼저,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 능력이 제한적이므로 **지원의사결정제도(Supported Decision Making, SDM)**의 도입을 권고했다. 이 제도는 전문교육을 받은 SDM 전문가가 장애인 곁에서 의사결정을 돕되, 보호자가 대신 결정하지 않고 당사자가 가능한 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시설 입소, 자립주택 이주 등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보호자나 시설 관계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해당 장애인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전문의와 행동발달 전문가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확대 지정하고, 각 권역에 전문 의료진과 행동치료사가 상시 근무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활꿈터(그룹홈), 협동주거(코하우징) 전문시설, 도전적 행동치료 집중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모델을 도입하고, 일정 기간 거주 후 자유롭게 유형을 변경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또한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원주택 운영사업자와 활동지원기관 간 공모를 통한 부정 등록, 허위 청구 등 보조금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복지법」에 법인 분리 및 겸직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정기적인 외부 감사와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서비스 질을 제고하도록 했다.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 문제를 보다 신속하고 책임 있게 대응하기 위해, 현재 민간에 위탁되어 있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전환할 것도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복지정책 보완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을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발달장애인에게는 탈시설이라는 단일한 정책 방향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반과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동행의 돌봄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