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6일(현지 시각)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승리했다”고 자축하는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 일요일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이후, 그의 첫 공개 발언이다.
하메네이는 “미국 정권은 시온(이스라엘) 정권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전쟁에 개입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알우데이드 미군기지(카타르)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일정 수준의 피해를 입혔고,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하메네이의 등장은 오히려 그의 건강 상태와 은신처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해당 영상이 언제 촬영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영상 배경과 구도는 지난 12일간의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초반에 공개됐던 영상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란 국기와 고(故) 루홀라 호메이니 초상화가 배치된 베이지색 커튼 앞에 앉은 모습이다.
이란은 지난 12일간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인 뒤, 미국의 공습을 받았고 이후 보복 차원에서 카타르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은 25일 일시적인 휴전에 합의했지만, 하메네이는 이 일련의 충돌 속에서 직접적인 육성이나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각종 추측을 낳았다.
이란 당국은 하메네이가 “암살 위험 때문에 전자통신을 모두 차단한 채 비밀 벙커에 은신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일각에서는 고령(85세)인 그가 건강 악화를 겪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하메네이는 영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며, 자국의 핵 프로그램의 상태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외신들은 이번 영상이 대내외적인 ‘정치적 존재감’ 과시 차원에서 급하게 촬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하메네이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국방정보국(DIA)은 “이란 핵시설의 피해 정도에 대해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간의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가운데, 하메네이의 메시지가 향후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번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대응은 그들이 다시 도발할 때 다시 시작될 수 있다.”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