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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방장관 민간인이 맡아야”…서방국가선 ‘당연한 상식’

문민통제 강조한 이재명 공약…국제 기준과 부합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국내외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 간담회에서 “군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며, 국방장관직도 민간인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서 통상 군 출신 인사가 맡아온 관행에 도전하는 제안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 원칙인 ‘문민통제(civilian control of the military)’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국방장관을 누가 맡는지는 단순한 인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권력구조와 민주주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미국: 법으로 명시된 민간 국방장관 원칙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국방장관 자리를 철저히 민간인에게 맡긴다. 미국 연방법은 현역 군인이 국방장관에 임명되려면 퇴역 후 최소 7년이 지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7년 트럼프 정부 당시 제임스 매티스 전 해병대 대장이 임명될 때에도 의회가 특별법을 제정해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현재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 역시 퇴역 장성 출신이지만, 의회의 승인을 거쳐 임명됐다.

미국의 문민통제 원칙은 헌법 체계와 연방법에 의해 엄격히 제도화되어 있으며, 국방장관은 대통령 직속의 내각 일원으로 군정과 군령을 통합 지휘하되, 작전지휘는 합참의장이 실무적으로 담당한다.

독일: 헌법으로 보장된 총리의 통수권

독일은 기본법(헌법) 제65a조에 따라 총리가 평시 군 통수권을 가진다. 국방장관은 연방정부 내 각료 중 하나로, 군의 조직·행정과 정책을 총괄한다. 현직 장관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를 비롯해 역대 국방장관은 대부분 정치인 출신이며, 군 경력은 필수가 아니다.

특히 독일군은 의회통제를 받는 군대로 설계되어 있어, 해외 파병조차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의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문민통제는 독일 정치질서의 핵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중심제 아래의 민간 장관 체계

프랑스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갖는 대표적인 대통령 중심제 국가지만, 국방부 장관은 늘 민간 정치인이 임명된다. 현직 국방장관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역시 정치인이며, 군 출신은 아니다. 프랑스군은 상명하복식 위계는 유지하지만, 행정적 통제는 내각과 총리가 맡고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과 내각이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군은 이를 실행하는 구조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이런 행정과 작전의 분리 구조는 민주주의 하의 전문성과 통제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로 평가받는다.

영국: ‘현역 군인은 장관 못 한다’는 불문율

영국은 의회제 민주주의 국가로, 국방정책 역시 총리와 내각의 권한 하에 있다. 국방장관(Secretary of State for Defence)은 항상 민간 정치인이 맡는다. 대부분 하원의원 출신이며, 군 출신 인사가 장관직에 임명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영국 정부는 철저히 민간 중심의 통치체계를 유지하며, 국방장관은 전략, 정책, 예산 등 거시적 운영을 담당한다.

군령권은 합참의장이 행사하지만, 이는 장관의 정책적 통제를 받는 구조이다. 특히 영국은 ‘군은 결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엄격히 지키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핵심 장치가 바로 민간 국방장관 체제다.

이재명 공약,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타당성 높아

이재명 후보의 국방장관 민간인 임명 제안은 단순한 인사 개혁을 넘어 군의 정치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미 제도화한 문민통제 원칙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군 출신 인사가 국방장관직을 맡는 경우가 많고, 군과 정치의 거리를 명확히 분리하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인사를 해온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오히려 국제 기준에 맞는 정상화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국방정책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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