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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4,500명 감축 검토, 동북아 안보 지형 바뀌나 — 미군 전략 재편과 한반도 위협의 현실화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병력 조정이 아니라, 미국의 전 세계 군사 전략 변화의 일환으로 해석되며, 한국의 대응 전략에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 국방부, 4,500명 전략적 재배치 검토…트럼프에 아직 보고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병력 약 4,500명을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전략 요충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현재 비공식 단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현실화될 경우 한미연합방위태세와 동북아 군사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감축 대상 병력은 주로 기동전력, 항공 및 정밀타격 지원 부대일 가능성이 높아, 전쟁 초기 국지도발 대응이나 유사시 작전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병력 감축은 단순한 수적 감소를 넘어, 작전적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략 전환: 냉전형 고정 주둔에서 기동성·융합형 구조로

이번 검토는 냉전 종식 이후 계속되어 온 미군 전략의 대전환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고정 주둔 중심의 군사 배치 전략에서 벗어나 역량 기반(capabilities-based) 전환을 본격화했다.

1990년대에는 유럽 주둔 병력의 대규모 감축과 더불어 ‘평화의 배당’ 정책이 추진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9·11 테러 이후 중동과 중앙아시아로 전략 중심이 이동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군 전략의 핵심 무대로 부상했다.

현재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병력 순환 배치와 동맹국 공동기지 구축이 강화되고 있다. 이번 주한미군 병력 일부 감축도 이러한 전략 재편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한반도에 미칠 안보 위협: 억지력 공백과 동맹 균열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안보에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은 이를 미국의 전략적 관심 축소 또는 군사적 빈틈으로 해석하고, 국지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4,500명 규모의 병력은 항공·기동·정보 분야의 핵심 전력일 가능성이 높아, 감축 시 억지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또한 주한미군은 북한 억지를 넘어 동북아 전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오산·군산 공군기지와 관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중국 동북부 및 러시아 연해주 지역까지 영향을 미쳐왔으며, 병력 감축은 이들 지역에 대한 억지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동맹 차원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만약 미국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감축을 단행한다면, 한미동맹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으며,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반미 정서의 부상, 정치적 양극화 심화 등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

병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 군사적 자립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이에 따라 국방비 증액, 무기체계 현대화, 정밀유도무기 및 사이버전 능력 확보 등이 시급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전략적 자율성 확대 혹은 핵무장론 같은 급진적 대응 논의가 다시금 불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정부의 대응 기조: 공식 논의는 부인, 그러나 민감한 대응

한국 국방부는 23일 해당 보도와 관련해 “미국 측과 감축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으며, “한미 연합방위태세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미군의 전략 변화와 연계된 안보 리스크를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부, 청와대 NSC, 합참 등 고위급 채널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언론 보도를 넘어, 실제 전략 조정의 서막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미군의 글로벌 전략 재편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한미동맹 내 입지 재정립과 안보 독립성 강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론: 동맹 구조 변화 속, 능동적 대전략 재설계 필요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단순한 병력 조정의 차원을 넘어서, 미국이 추진 중인 전 세계 군사 전략 전환의 일환이며, 이는 한국의 안보 환경 전반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냉전형 고정 방위 체제에서 유연한 억지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미국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종속성을 줄이는 동시에 한미 간 실질적 협력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군사적 자립도와 외교적 자율성을 병행 강화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동맹 간 긴밀한 전략 조율 없이는 안보 공백과 불신만 키울 수 있다. 지금은 한국의 미래 안보전략을 재설계할 결단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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