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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전대통령, 왜 영화 '부정선거'를 보며 웃었는가

무심한 표정 뒤에 깃든 정치적 무책임
윤석열 전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영화 '부정선거'를 관람하고 미소를 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과 함께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계엄은 국가 권력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민을 억압했던 역사적 현실을 다룬 작품으로, 권력의 본질과 그 위험성을 직시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런데 헌정 질서 파괴의 정점에서 조기 대선을 촉발한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하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지금도 그 대가를 치르고 있고, 여당은 혼란 속에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대통령은 책임 있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이 장면이 단지 영화 관람이라는 행위 그 자체를 넘어, 대통령의 정치적 무감각과 책임 회피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 동안 검찰 장악, 권력의 집중, 소통 단절 등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조기 대선이며, 이는 정치의 실패이자 통치 시스템의 위기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마치 이 모든 사태와 무관한 관전자처럼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다. 이는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결여된 모습으로,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자초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표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이 당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되고 있다는 냉소적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는 현실은 여당의 정치 기반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선거를 앞둔 보수 진영에 있어, 대통령의 이탈적 행보는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며, 위기의 순간일수록 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조기 대선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국민 감정을 거스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선거의 판을 뒤흔드는 정도를 넘어, 헌정 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처사다. 과연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가 지도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일인가, 국민은 되묻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보수 정치의 가치를 존중하고, 국가를 위한 책임감을 지닌 인물이라면 지금은 침묵하거나 회피할 때가 아니다.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정치적 책임에 대해 성찰하고, 여당이 새로운 통치 정당성을 얻기 위한 노력에 최소한의 뒷받침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더 이상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대통령의 자리가 권위가 아닌 책임의 상징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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