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정치 세력에게 유리한 권력의 재구성이 아니라, 헌정의 근간을 다시 국민에게 되돌리는 일이다. 헌법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헌법은 주권자의 삶을 지키기 위한 사회계약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논의되는 헌법 개정은 오직 국민의 입맛에 맞는 헌법, 주권자가 바라는 통치구조 설계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헌법 개정 논의는 다수의 경우 권력자들 간의 ‘권한 나누기’나 ‘선거 전략의 도구’로 변질되어 왔다. 어떤 개헌은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도 내각제를 흉내 내는 절충안으로 혼란을 키웠고, 또 어떤 개헌은 특정 진영에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한 계산 속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헌정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은 국민은 더 이상 ‘정치인을 위한 헌법 개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대통령 3년 단임제와 국회의원 동시 선거를 통해 정부와 국회의 협치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국정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 구조 역시 철저히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권력자의 생존 전략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개혁은 권력자에게 불편한 개헌일지라도, 국민에게 유익하다면 반드시 감내되어야 할 정치의 책임이다.
또한, 헌법 개정과 함께 선거법 개정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당 구조는 이미 시대적 수명을 다했다. 특정 지역에서의 몰표와 폐쇄적 정당 공천 구조는 정당을 국민이 아닌 ‘지역의 것’으로 전락시켰다. 이제는 정당이 지역이 아닌 정책과 가치, 인물 경쟁을 통해 선택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확대, 이중등록제 허용 등 선거제도 전반의 개편이 논의되어야 하며, 이러한 개혁은 지역주의 정당정치를 약화시키고 정치의 전국화를 촉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에 대한 인사 구조 역시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특정 진영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이 주요 정치 사안의 결정자로서 작용할 경우, 국민은 그 결정을 신뢰하지 않는다. 국회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 또는 독립적인 인선 기구를 통한 중립적 임명 절차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이 모든 변화는 단 한 가지 대원칙 위에 서야 한다. 정치인을 위한 헌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헌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행복이 아닌, 국민의 안정과 신뢰를 위한 헌정 질서, 그것이야말로 제7공화국 헌법이 담아야 할 본질이다.
개헌은 특권층의 정치 기술이 아니라, 주권자의 생활을 위한 실천이어야 한다. 헌법은 고작 몇몇 정치인의 손에 의해 요리되는 입법 기술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 모두의 삶과 권리를 지키는 최고 규범이다. 이번만큼은 ‘누가 유리하냐’가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질서인가’라는 질문이 우선되어야 한다.
제7공화국 헌법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헌정 철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정당과 정치가 국민을 향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헌법이 민주주의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