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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과 함께 만드는 ‘열린정부’, 형식 넘어 실질로 나아가야

정책은 정부가 만들지만, 신뢰는 국민이 만든다. 열린정부는 이 간극을 메우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세계 열린정부주간(Open Government Week)’을 맞아, 행정안전부는 5월 21일 ‘대한민국 열린정부의 성찰과 도약’을 주제로 민관합동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열린정부라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열린정부’란 단순히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넘어, 정부가 더 잘 듣고, 국민이 더 쉽게 참여하며, 행정이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투명성,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결과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 구조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적인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왔다. OECD 개방데이터 지수에서 2회 연속 1위, UN 전자정부 평가 세계 상위권 유지 등은 세계가 인정한 디지털 기반 행정의 역량이다. 그러나 열린정부의 진정한 가치는 ‘국민이 얼마나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올해 포럼에서 논의된 ‘제6차 열린정부 실행계획’은 반부패, 디지털 포용, 국민 참여 등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공익신고 보호, 청년정책 공동 디자인, 기후환경 정책 정보공개 확대 등은 단지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시민의 자율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뚜렷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보공개의 격차, 형식적 의견 수렴에 그치는 일부 참여 구조, 디지털 격차로 인해 참여 기회에서 배제되는 고령층과 장애인 문제 등은 열린정부의 진정한 확장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이다.

‘열린정부’는 행정의 일방향 흐름을 시민과의 쌍방향 대화로 바꾸는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참여는 형식이 아닌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권한’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민의 의견이 단지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설계와 실행에 반영되었다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열림’은 완성된다.

세계 각국은 지금, 부패와 권위주의의 회귀에 맞서 다시 ‘열린정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제도와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반을 갖췄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상의 정책에서 ‘열림’을 체감할 수 있는 정치문화와 실천 의지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만든 실행계획이 말뿐이 아닌 실질적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는 열린정부를 ‘행정의 수사(修辭)’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천’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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