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의 향방은 한 인물의 정치적 운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시진핑. 그는 2012년 권력에 오른 이래 중국 공산당의 일인 권력체제를 거의 완성했고,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도 열었다. 그리고 2023년,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하며 다시금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세 자리를 모두 확보했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2027년 제21차 당대회, 즉 4연임 여부로 향한다.
법적으로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복잡하고, 그 속엔 예상치 못한 위협과 균열의 조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군부에서 발생한 ‘장유샤 반란’ 사건은 시진핑 체제의 권력 기반인 ‘당이 군을 절대적으로 지휘한다’는 원칙 자체가 도전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군 내부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 집중 구조가 견딜 수 있는 통치 내구성의 한계치를 시험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도는 문제없다. 그러나 정치적 정당성은 불안정하다
2018년 개정된 헌법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이 사라진 이후, 시진핑의 4연임은 법적으로 어떤 제약도 없다. 하지만 중국 정치에서 ‘가능성’과 ‘실현 가능성’은 다르다. 공산당은 여전히 ‘당내 집단지도체제’의 명분을 유지하고 있고, 비록 지금은 시진핑의 권위가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당내 원로, 정치국 상무위원, 그리고 군부 엘리트의 협조가 없다면 장기 집권은 실현되기 어렵다.
특히 시진핑은 지금까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권력 연장의 논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으로 권력 승계 메커니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며, 2027년 당 대회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후계자 없는 장기 집권은 정치 엘리트 집단에 ‘체제 불안정성’이라는 심리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시진핑은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 지나친 사상 통제, 언론 검열, 인민해방군 내 ‘정치 지도원’ 제도의 확대 등을 통해 당에 대한 충성도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피드백 구조를 차단하고, 불만의 조직화를 잠재적으로 유도한다. 장유샤 반란은 바로 그런 피로감이 폭발한 사건일 수 있다.
장유샤 사건: 군부 균열이 시진핑의 리더십에 던진 경고
장유샤는 현대전, 특히 정보전과 드론 기술, 인공지능 기반 작전 통제에 정통한 신세대 군사 엘리트로 평가된다. 그는 시진핑 체제가 추진하는 ‘정보화 전쟁 능력 강화’의 선두주자였으나, 동시에 군 내 중견 간부층과 청년 장교들 사이에서 독립적 리더십을 형성해왔다.
2025년 초 발생한 그의 반란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군 내 불만과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 대한 저항이 응축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장유샤가 “정치적 충성”보다 “기술과 실력 중심의 군 인사 시스템”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권력 쟁탈전이 아닌 군 통제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도전이었다.
시진핑은 ‘군 통제력’을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의 핵심으로 삼아 왔다. 2012년 이후 진행된 인민해방군의 고위 간부 대거 숙청과 중앙군사위원회 장악은 그의 권력 집중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장유샤 사건은 이러한 통제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으며,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는 4연임에 대한 군 내부의 협조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만일 군 엘리트들이 내부적으로 반발하거나, 후속 세대의 지도자가 장유샤처럼 정치화된다면, 시진핑의 권력 기반은 구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와 사회에서의 정당성 붕괴
시진핑은 10년 이상 중국 사회에 “공동부유”, “국가 자립경제”, “중국몽”이라는 정치 담론을 주입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성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코로나 이후 5% 미만으로 둔화되었고, 청년 실업률은 20%에 달한다.
부동산 부채 위기, 중산층 소득 정체, 민영기업 억압 등으로 인해 시장 기반의 사회 안정성이 약화되었다.
'제로코로나'로 인한 민심 이반과 사회적 통제는 체제 피로감을 더욱 키웠다.
더불어, 시진핑 체제의 대외 정책도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반도체 수출 제한, 대만 해협 긴장 고조 등은 모두 중국이 스스로 고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모든 요인은 시진핑 4연임의 대내외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배경이 된다.
시진핑은 4연임에 성공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시진핑의 4연임 가능성은 ‘가능성은 있으나, 점점 더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정치적 과제’로 변화하고 있다. 그의 권력은 여전히 견고해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변수들이 그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진핑의 4연임은 ‘법적’으로는 막힘이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불확실하다. 만약 장유샤 사건을 정면돌파 하지 못하고, 군 통제에 대한 신뢰 회복에 실패한다면, 2027년 당 대회에서 시진핑의 4연임은 유력한 시나리오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도전이 될 것이다.
맺으며: 권력은 무한하지 않다
시진핑의 리더십은 지금, 결정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더욱 철저한 통제와 감시로 권력을 강화해 나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체제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일정 부분 회복함으로써 내부 균열을 봉합하는 길이다. 전자는 단기적 안정이지만 장기적 폭발을 유발할 수 있고, 후자는 일정한 리스크를 감수하되 체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다.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2027년은 시진핑 시대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중국 정치 체제가 스스로를 갱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