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대폭 확대하면서, 현지 민간인 사망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민방위당국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1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시작한 직후 벌어졌으며, 이에 따라 정치적 의도와 무력 시위가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이틀 동안 가자 전역의 테러 표적 13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고, 가자 보건부는 “14일 하루에만 70명이 숨졌고, 이 중 20명은 어린이였다”고 전했다. 북부 가자지구 한 병원장은 “어린아이들의 시신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참혹한 현장을 전했다.
가자 시 중심부 리말(Rimal) 지역에 거주하던 무스타파 알사예드는 “군이 다시 대피 명령을 내렸다”며 “폭격은 지역에 따라 강도가 다를 뿐, 멈춘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공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동 방문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을 차례로 방문 중이나, 이스라엘은 일정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외교적 ‘패싱’으로 해석했으나,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트럼프와 네타냐후 총리는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아랍센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프로그램 책임자인 유세프 무나이어는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순방이 끝날 때까지 자신들의 조건에 맞는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폭격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 예고했다”며 이번 군사행동이 정치적 메시지와도 연결돼 있음을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 13일 하마스가 마지막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했지만, 이후 인도적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자발리야에 거주하는 임산부 라잔 파이살은 “아이 한 톨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런 식량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트럼프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측은 “알렉산더 석방을 위한 협상 중 미국 측과 합의한 인도적 지원이 즉각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여전히 식량·의약품·연료의 반입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유엔 산하 식량기구는 가자지구 주민 200만 명 전원이 ‘즉각적 기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자 북부 알아우다 병원의 살하 병원장은 “4개월 된 아기의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끔찍한 상황에 아무도 익숙해질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스라엘군 전 작전국장 이스라엘 지브 예비역 장군은 “이번 공습이 트럼프 순방과 직접 연관됐다고는 보지 않지만, 이스라엘이 일부러 무시하고 독자 행동을 하려는 ‘반항아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순방 첫날인 13일,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유럽병원 주변을 대규모로 폭격했다. 군은 “하마스 고위 인사 모하메드 신와르가 머물고 있는 지하 벙커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전날 하루 동안도 카메라에 피범벅이 된 아이들을 태운 오토바이들이 병원으로 몰려들었고, 북부 자발리야 난민캠프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민간인의 고통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