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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침묵을 강요하는 정치문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치는 복종의 공간이 아니다, 책임과 토론의 공간이어야 한다”

정치란 본래 다양성이 숨 쉬고,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공간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정치는 점점 더 한 사람의 권위에 종속된 폐쇄적 구조로 퇴행하고 있다. 정당은 원래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할 조직이지만, 지금은 권력자 한 사람의 입장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고, 그에 대한 이견은 곧 배신으로 간주되는 풍토가 공고해졌다.

정치권 내에는 오직 충성만이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다. 입바른 소리를 내는 인물은 점점 사라지고, 조직의 생존을 위해 침묵하거나,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인물들만 남게 되었다. 정치가 아니라 복종이 지배하는 공간이 된 셈이다.

이런 구조는 진영을 막론하고 건강한 민주정치의 근간을 위협한다. 정당은 정책을 논하고 시대를 통찰하는 공론장이 되어야지, 한 명의 리더를 신격화하거나, 비판을 금기시하는 종교 집단처럼 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정치판은 비판자에게는 공천 배제, 침묵자에게는 안위 보장이라는 식의 ‘정치적 조율’ 아닌 ‘정치적 강요’가 일상화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은 국민에게도 실망과 냉소만을 안긴다. 정치란 국민을 위한 도구인데, 지금은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의 생태계로 작동하고 있다. 성찰이나 책임은 없고, 오직 생존과 권력 유지만을 위한 술수만 남았다.

다시 묻는다, 정당은 누구의 것인가

정당은 특정인을 위한 사유물이 아니다. 정당이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플랫폼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다. 정당은 지도자의 방패이자 도구로 전락했고, 정치는 그저 ‘얼굴’ 바꾸기 게임이 되었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도덕적 상상력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정치란 공동체 전체의 삶을 돌보는 고귀한 행위다. 그러나 지금은 공익보다 사익, 진실보다 충성이 우선된다. 이는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환멸을 불러오고, 궁극적으로는 유권자의 무관심이라는 또 다른 독을 퍼뜨린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눈치만 보고 침묵할 때, 국민은 그 침묵의 비용을 치르며 살아간다. 그러나 국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진정한 변화는, 단지 선거 결과가 아니라, 정치 전반에 도덕적 긴장과 내적 성찰이 깃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정치는 그렇게 원래 더럽다’는 냉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정치인이 아니라, 책임지는 정치인, 정직하게 말하는 정치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꺼이 불이익도 감수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이제라도 정치권은 자신들이 침묵과 복종을 통해 만든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직시해야 한다.

결론: 정치는 사유물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의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국민의 대표를 뽑기 위한 수단이지, 특정인의 왕국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정치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싸움 앞에 서 있다. 정치가 다시 ‘권력’이 아니라 ‘책임’의 이름으로 불리기를, 정당이 다시 ‘복종’이 아니라 ‘토론’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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