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5월 1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5월 2일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지역 민심을 살피는 행보에 나섰다. 이날 한 전 총리는 5·18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를 시도했으나, 일부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참배는 끝내 무산됐다.
현장에서 한 전 총리는 “나도 호남 사람이다. 이제는 서로 미워하지 말자”며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방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현장의 혼란 속에 참배는 중단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방문 일정 차질이 아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지역주의 정치의 민낯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역 간 지지율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덕수 후보는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를 앞서고 있으며, 반대로 호남 지역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지역별 편차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는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가 경상도에서, 김영삼 후보가 전라도에서 유세조차 어렵게 치렀던 과거를 연상케 한다.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권은 지역 갈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학계는 “정당들이 특정 지역의 지지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며 구조적 지역주의를 방치해왔다”며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국민 통합도, 실질적인 정치개혁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비판하며 출범했음에도, 불통과 독단적인 국정 운영으로 결국 탄핵 정국을 맞이한 상황은 개혁을 외면한 정치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 대선이 또다시 지역주의와 진영 간 대결로 흐른다면, 정치 불신과 혐오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진정한 통합과 제도 개혁을 실천할 후보만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