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는 헌법상 권력 분립의 한 축이자, 사회 정의 실현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국민 신뢰 저하, 전관예우, 정치적 판결에 대한 책임 회피 논란이 겹치며, 한국 사법 시스템의 경쟁력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발표하는 각종 법치 및 사법 독립 지표에서도 한국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어, 사법 개혁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세계 지표 속 한국 사법부의 현실
글로벌 비정부기구인 세계사법프로젝트(WJP)가 발표한 2023년 ‘법치지수(Rule of Law Index)’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40개국 중 20위로 평가됐다. 표면상 중상위권이지만, 세부 항목 중 ‘사법부 독립성’, ‘정부로부터의 영향 배제’, ‘민사 및 형사사법의 공정성’ 부문에서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실질 경쟁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사법 독립성’ 항목에서 한국은 50위권 전후에 머물며, 북유럽·서유럽 국가 및 일본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WB)의 ‘법치지수(WGI)’에서도 한국은 2023년 기준 약 75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되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관예우와 책임 회피… 사법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
한국 사법 시스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전관예우다. 고위직 법관들이 퇴임 직후 대형 로펌으로 진출해 억대 수임료를 받으며, 이들과 관련된 사건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오는 사례는 국민들의 사법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판사들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사건의 판결을 질질 끌다가, 끝내 사표를 제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사법권이라는 공적 권한을 끝까지 행사하지 않고, 정치적 외풍을 회피하기 위한 사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존경받지 못하는 법조인… 기득권의 대변인으로 전락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법조인은 더 이상 ‘정의 구현자’로 존경받지 못한다. 많은 국민들은 법조인을 “돈을 버는 자리, 기득권 이익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관예우, 고액 수임, 편향적 판결이라는 반복된 현실이 이러한 인식을 공고히 했다. 법조인이 ‘공공의 정의를 수호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 상층부와 결탁한 권력층의 일원으로 비춰지는 현상은 사법 경쟁력 약화의 근본 배경이 되고 있다.
절차의 현대화는 앞서 있으나… 본질적 개혁은 미흡
한국 사법부는 전자소송 시스템 도입, 기록관리의 디지털화 등 절차 측면에서는 선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판 결과의 공정성, 법관의 책임성, 사법의 접근성이라는 본질적 요소에서는 여전히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민생 사건에서의 지연 판결, 권력층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사법 정의의 결핍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신뢰와 책임이 사법 경쟁력의 핵심
사법부의 경쟁력은 단순한 행정 효율성이 아니라, 국민이 법원의 판단을 얼마나 믿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신뢰 없는 사법부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따라서 사법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수임 제한 강화 ▲ 정치적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판결 ▲ 법관 평가제와 인사 투명화 ▲ 국민참여재판 확대 등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
지금의 사법부는 세계 속 경쟁력을 논하기에 앞서, 국민 앞에서 신뢰받는 정의 구현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법이 있는 자의 도구가 아닌, 모두를 위한 정의의 수단’이라는 원칙을 되살리는 일에서부터 진정한 경쟁력 회복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