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출생시민권 종료' 행정명령에 대한 구두변론을 오는 5월 15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재 하급심이 내린 정책 전국 효력 정지 명령은 변론 전까지 유지된다.
문제의 행정명령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나 외국인 거주자의 자녀에게 출생만으로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제도가 헌법 수정 제14조의 본래 취지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외국인의 '원정출산'을 통한 시민권 획득은 원천 차단된다. 이로 인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부모가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관행은 중단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시민권이 자동 부여되어, 일각에서는 이를 활용한 ‘시민권 쇼핑’ 또는 ‘원정출산 관광’이 사회적 논란이 되어왔다.
한국 사회에서도 원정출산을 통한 이중국적 취득이 병역 회피나 교육·이민 특혜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일부 연예인과 재력가 자녀들의 원정출산 사례가 공개될 때마다 국민 여론은 싸늘하게 반응해 왔다.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시민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1898년 대법원의 ‘웡 킴 아크’ 판결 이후 확고한 판례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조항이 불법 체류자나 임시 방문객에게까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뉴저지주 매튜 플랫킨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뻔뻔한 위헌 행위”라고 비판하며, “시민권이라는 기본권이 어느 개인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좌우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번 심리는 출생시민권 제도뿐 아니라 사법부와 행정부 간 권한 분리 원칙, 이민 정책의 방향성, 미국 국적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외동포사회와 국제 이민정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