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은 지난 4월 15일 페루 문화부와 문화유산 분야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서면으로 체결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마추픽추의 보존·활용을 위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 추진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1983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마추픽추 역사보호지구(Machu Picchu Historic Sanctuary)’의 보존과 관리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관련 행사·회의 조직 ▲교육 프로그램 및 인력 교류 ▲정책·관리 지식 공유 ▲문화유산 인식 확산 협력 등 양국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핵심 과제인 *‘마추픽추 ODA 사업’*은 기후변화와 관광객 증가로 훼손 위기에 놓인 마추픽추 유적의 안전진단, 예방조치, 디지털 아카이빙, 보수 복원 등을 포함한 종합보존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해당 사업은 2026년 착수를 목표로 현재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회 심의를 거치고 있으며, 사업이 본격화되면 국가유산진흥원이 수행 주체로 참여할 예정이다.
문화유산 ODA, 한국 외교 다변화의 전략 축으로
이번 페루와의 협력은 국가유산청이 아시아 중심의 문화유산 ODA를 아메리카 대륙까지 확장하는 첫 사례로, 한국의 문화외교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가유산청은 그간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우즈베키스탄(2020) ▲이집트(2023) 등으로 문화유산 협력국을 다변화해왔으며, 이제는 남미의 대표적 세계유산 국가인 페루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마추픽추는 고대 잉카문명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해발 2,400m에 위치한 복합 유산으로서 역사적, 건축학적, 자연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연간 150만 명이 넘는 관광객 유입과 강수, 지반 침하 등으로 보존 상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페루 정부는 외국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마추픽추의 장기적 보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문화유산 보존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정밀 실측,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선진 문화유산 관리 역량을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적 위상 제고 및 공공외교 성과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4년 국무조정실 주관 ‘ODA 시행기관 역량진단’에서 ▲지속적인 예산 확대 ▲운영체계 고도화 ▲성과 기반 관리 강화 등을 인정받아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사업 수행 능력을 넘어, 국가차원의 문화유산 외교의 전략적 추진 주체로서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마추픽추 ODA 사업은 한국의 문화유산 관리 기술을 활용해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원국과 공여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문화유산 국제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양해각서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기후 위기와 글로벌 관광압력 속에서 위협받고 있는 세계유산을 공동으로 보존하려는 국제사회의 연대 노력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