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의 석방 촉구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메릴랜드주 남성의 송환을 지연시킨 데 대해, 연방판사가 강도 높은 질책을 쏟아냈다.
화요일 메릴랜드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폴라 시니스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지금까지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말이다”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문제의 인물은 세 자녀의 아버지이자 현재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CECOT 교도소에 수감 중인 29세 킬마 아르만도 아브레고 가르시아 씨다. 그는 지난 3월 15일,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강제 추방됐다. 연방 법원은 앞서 그가 엘살바도르로 송환되어선 안 된다고 명확히 판단한 바 있으며, 이른바 ‘추방 보류’ 명령에 따라 미국에 머무를 법적 권리를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행정부는 그를 중미 갱단 MS-13의 일원이라 주장하며 신분 보호가 해제됐다고 통보했고, 불과 사흘 만에 추방을 강행했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까지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 없이 제기된 상태다.
시니스 판사는 이번 심리를 통해 행정부가 아브레고 가르시아 씨를 구출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사할 것이다. 게임이나 허세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며 조치 없는 지연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브레고 가르시아 사건은 단순한 추방 문제를 넘어, 미국 행정부가 법원 명령을 무시한 채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한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그의 추방을 “공무원에 의한 납치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하며, “정부가 법원 명령을 위반한 뒤 책임 회피 논리를 제시하는 것은 무법 상태로 향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석방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고, 함께 자리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그를 석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니스 판사는 “행정부는 ‘촉진’의 의미를 축소 해석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백악관이 단순히 ‘지켜보는 입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법무부 변호인은 “그가 미국 입국 항구에 나타난다면 도울 수 있다”고 말했으나, 시니스 판사는 이를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일축하며, “최소한 엘살바도르 내 석방을 돕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아브레고 가르시아 씨 측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연방 공무원들이 그를 구금한 사유, 지시한 인물, 구금 연장 결정의 합법성 여부를 밝히기 위한 문서 제출과 공무원 증언을 요구했고, 시니스 판사는 이를 모두 허용했다.
이 사건은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사법권 무시 논란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특히 대법원이 ‘촉진’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실질적 구속력이 없는 점에서, 향후 권력 분립의 경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