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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부켈레 회동, "행정 실수로 추방된 이민자 귀환 없다"…미 법원 명령 무시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엘살바도르의 나입 부켈레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회동을 갖고, 행정 오류로 미국에서 추방된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의 귀환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연방대법원이 귀환을 명령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과 외국 정상이 법원의 판결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주인공은 메릴랜드에 거주하던 킬마르 아르만도 아브레고 가르시아(29)로, 세 자녀의 아버지이자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체류 중이던 이민자다. 그는 2011년 엘살바도르의 폭력과 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밀입국했으며, 이후 추방 금지 판결까지 받았지만 지난달 이민 당국의 '행정 실수'로 본국으로 송환됐다.

“물론 안 돌려보낸다”…트럼프-부켈레, 법원 판결 무시

이날 회의에서 부켈레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의에 "물론 나는 그를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 역시 미소를 지으며 이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폭력적인 범죄자라면 엘살바도르 수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국 시민을 해외로 수감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수석보좌관과 팸 본디 전 법무장관도 회의에 참석해, 아브레고 가르시아가 MS-13 갱단과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갱단과 관련된 기소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2019년 이민 판사는 아브레고 가르시아가 본국에서 폭력과 고문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추방을 금지했다. 그는 현재 엘살바도르 내 '테러범 수용소(CECOT)'에 수감돼 있으며, 미 국무부도 “생존과 안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법원 명령 무시…“법치주의 위기”

지난주 연방대법원은 미국 정부에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귀환을 "촉진하라"고 명령했지만, 트럼프 측은 그가 자발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귀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본디 전 장관은 "그의 송환은 엘살바도르 정부의 판단일 뿐, 미국이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지타운대학교 법학 교수 스티븐 블래덱은 “정부가 적법한 절차 없이 외국으로 사람을 추방하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한 법치주의 위기”라며, “아브레고 가르시아에게 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든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의원은 “연방정부가 대법원 명령을 무시하는 행위는 법적 모독”이라며, 관련 행정부 고위직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 논란에도 부켈레는 ‘강경 드라이브’

엘살바도르에서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부켈레 대통령은, 2022년부터 갱단 소탕을 명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85,000명 이상을 재판 없이 대규모로 수감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조차 생사를 알 수 없는 수감자들이 다수 발생하며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범죄와의 전쟁 성공 사례”로 치켜세우며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주말 동안 MS-13과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지목된 10명을 추가로 엘살바도르에 송환했다.

휴먼라이츠퍼스트의 아만다 스트레이어 선임 고문은 “트럼프는 부켈레의 권위주의적 정책을 모방하고 있다”며, “증거 없이 사람들을 구금하고, 적법한 절차 없이 추방하고 있으며, 이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남편은 정치의 희생양”…귀환을 둘러싼 희망과 저항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아내 제니퍼 바스케즈 수라는 “미국과 엘살바도르 정부가 남편의 생명을 정치적 게임에 이용하고 있다”고 성토하며, “무겁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메릴랜드 출신의 크리스 반 홀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귀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부켈레 대통령과 직접 만남을 추진 중이며, 귀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엘살바도르를 방문하겠다고 예고했다.

대법원의 귀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행정부의 태도에 대한 논란은 향후 미국 내 이민 정책과 법원의 권한을 둘러싼 중대한 헌정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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