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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선 경선 불출마 선언…“보수의 길” 외치며 다시 당과 거리두기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3일 대선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승민의 총구는 또 다시 아군을 향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 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지도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선 룰상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결정적인 배경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자 간 지지도나 조직력 면에서 유 전 의원은 후발 주자에 속한다. 당원 중심 투표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는 개혁보수 이미지가 도리어 ‘비주류’로 작용해 불리하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당 승리를 위한 헌신’으로 포장했더라면 오히려 정치적 명분과 향후 행보 모두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당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노선에 방점을 찍었고, 결과적으로는 분열의 인상을 남겼다.

유 전 의원은 “저는 어디에 있든 제가 꿈꾸는 진정한 보수의 길을 계속 가겠다”고 밝혔지만, 당장은 그 길이 당 밖에서의 독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중도·수도권·청년층’의 지지를 언급했지만, 이는 구체적 정치세력화나 대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진영이 재편의 기로에 선 지금, 유승민 전 의원의 선택은 정치적 결단이라기보다는 현실적 포기라는 평가가 더 가까워 보인다.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택 자체보다, 그 메시지의 방향이 또다시 아군을 겨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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