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 월스트리트는 평소와 달리 침묵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은 불안에 휩싸였고, 트레이더들은 숨을 죽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발표한 전면적 관세 부과 조치는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었고,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틀 만에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주요 지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많은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모든 자산군이 동반 하락했다. 주식, 채권, 원유, 금속, 암호화폐, 심지어 달러까지 매도 압력에 휘말렸다. 트레이딩 플로어 곳곳에서 마진콜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자산을 서둘러 처분했다. 이는 다시 매도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았다.
시장 내부에서는 “이번에는 정부가 구원투수가 되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익명을 전제로 “약 15억 달러의 포트폴리오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 개입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투자자와 금융인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시장의 기술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충격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전통적인 금융 엘리트들과의 갈등을 표면화시켰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다니엘 로엡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쇼는 즐거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때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윌리엄 애크먼조차 “이 관세는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특히 그가 대규모로 투자한 나이키는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46% 관세가 발표된 후 큰 타격을 입었다.
시장 불확실성은 IPO와 M&A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클라르나(Klarna)와 스텁허브(StubHub) 등 대형 기업들의 상장 계획은 중단됐고, 복수의 인수합병 논의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투자은행 파트너들은 고객사에 “거래의 타이밍을 재고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들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타델(Citadel)의 켄 그리핀은 리스크 회피 전략을 선제적으로 취한 덕에 이번 급락에서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자산운용사가 그런 대비를 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펀드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금융업계 최고위 인사들은 대부분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당초 “관세는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발언을 했지만, 이후 발언을 삼가고 연례 주주서한을 준비 중이다. 투자자 스티브 아이즈먼은 “지금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겸손”이라고 말했다.
개인 자산가를 자문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치 분석보다도 사람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의 핵심 동인은 정보가 아닌 불안이라는 것이다.
이번 혼란의 본질은 트럼프의 ‘무역을 통한 정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대통령은 “이 고통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투자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자초가 아닌 ‘정치적 도박의 대가’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고, 다음 움직임은 여전히 백악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