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뷰], 탁영환기자] 지난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만나 상호관세 면제와 통상 현안을 협의한 것과 동시에, 국내에서 답보 상태였던 미국산 유전자변형(GM) 감자의 수입 승인이 급격히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송옥주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8년 4월 법무법인 광장이 미국 심플롯사의 GM감자 ‘SPS-Y9’에 대한 수입 신청을 진행한 이후, 해양수산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로부터 받은 심사 결과서를 바탕으로 환경위해성 협의심사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산 GM감자의 수입 승인은 이제 식약처의 안전성 심사와 시험방법 고시, 그리고 한 달간의 홈페이지 의견수렴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통상 압력, 수입 승인 가속화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미국 바이오산업협회(BIO), 미국대두협회(USSEC) 등이 GMO 제품에 대한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어, 미국산 GM감자 수입 승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우려된다. 송옥주 의원은 “농촌진흥청이 7년 간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서 제출을 보류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만큼, 최근 산업부 장관의 미국 방문에 맞춰 갑자기 신속히 결과서를 제출한 것은 의문”이라며,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에 밀려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고, 농식품 분야의 비관세 장벽을 허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환경위해성 심사, 후퇴한 내용
특히 농촌진흥청이 제출한 SPS-Y9 감자에 대한 환경위해성 협의심사 결과서에는 ‘제출된 심사자료에 근거하여 작물 재배환경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SPS-Y9이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국내 작물 재배 환경에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내용은 농진청이 2016년 같은 미국 심플롯사의 GM감자 SPS-E12에 대해 “가공된 감자가 환경에 방출된다 하더라도 환경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서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송 의원은 “2018년 심플롯사 GM감자를 개발한 과학자가 검은 반점이나 발암물질을 줄이는 대신 독성을 축적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으므로 안전성 심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M감자 수입 승인에 대한 우려
송 의원은 “우리 농업의 장래가 걸린 먹거리 안전망을 국회 보고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허술하게 해체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농식품부가 2011년부터 광우병 우려로 반추동물의 단백질이 검출된 사료 수입을 금지해 온 정책을 갑자기 철회한 상황에서, GM감자 수입 승인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GM감자 수입은 생감자나 통감자 형태가 아닌 가공된 형태로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SPS-Y9감자는 가공되거나 발아 억제 처리된 상태로만 수입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으며, 이를 명확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에서 감자는 자급 가능 식량작물 중 하나로, 연간 약 55만 톤이 생산되고 있으며, 그 중 20만 톤은 가공용으로 수입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GM감자 종자의 시장 점유율은 25%에 그치고 있어, GM감자의 도입이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이 있다.
송 의원은 “국산 감자 종자에 대한 시장 점유율이 낮고, GM감자에 대한 수입이 본격화되면, 국내 농업과 종자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 농업의 안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미국산 GM감자 수입 승인 문제는 단순히 농업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통상 압력에 의해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국민과 농업계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