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트럼프 대통령, 기밀 정보 취급 논란… 국가안보팀의 관리 실패 도마 위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팀이 기밀 정보를 부적절하게 취급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기밀 군사 작전 정보를 상업용 메시징 앱인 ‘시그널(Signal)’을 통해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방부 감찰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밀 정보 취급 부주의,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기밀 정보 관리에 소홀한 태도를 보여왔다. 첫 번째 임기 중, 그는 일일 정보 브리핑에서 제공된 이란 발사장의 위성사진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 중 이스라엘 정보부가 제공한 테러 음모 관련 정보를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보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퇴임 후에도 기밀 관리 논란은 계속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후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의 화장실 등에 기밀 문서를 쌓아 두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백악관에서 부적절하게 반출된 문서들로,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도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팀, 시그널(Signal) 앱을 통한 기밀 정보 공유

이번 논란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극비 군사 작전과 관련된 정보를 암호화된 메시징 앱인 시그널(Signal)에서 공유한 점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다수의 고위 관료들이 임박한 군사 공격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그널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직 국가안보국(NSA) 관리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정보 보안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이 시그널 그룹에서 공유한 정보 중 일부는 미군 조종사들의 공습 이륙 시간과 같은 극비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철저히 보호되는 정보로, 적국이 이를 획득할 경우 군사 작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전직 관리들은 “모든 정보 장교와 군인은 ‘높은 보안망(고도의 기밀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빼내 인터넷이 연결된 ‘낮은 보안망(일반 네트워크)’에 입력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배운다”며 “이러한 보안 절차를 무시하면 정보 유출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보안 절차를 간소화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정보 유출보다 내부 운영에 더 관심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정보가 기밀인지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대신 편집자가 해당 채팅방에 어떻게 추가되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을 지낸 수 고든은 “그의 태연한 태도는 이미 새로운 행정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이러한 태도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국가의 희생을 대가로 자신들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회 반응… 공화당 일부도 비판 동참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 관리 실태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적으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시그널에서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시간을 공개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 정보 관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시시피주 출신의 로저 위커(Roger Wicker)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 잭 리드(Jack Reed) 상원의원과 공동으로 국방부 감찰관 대행에게 서한을 보내 “비인가 네트워크에서 기밀 정보를 공유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지지층에서도 비판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도 이번 논란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트럼프 지지 성향의 미디어 플랫폼 ‘바스툴 스포츠(Barstool Sports)’의 창립자 데이브 포트노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건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다”며 “기밀 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포트노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출 사건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인 것은 실망스럽다”며 “이 행정부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감찰 조사 및 청문회 가능성

이번 사건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이 기밀 정보를 어떻게 취급했는지에 대한 공식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회 내에서는 감찰 조사뿐만 아니라 청문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보좌관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국 전 법률 고문이었던 글렌 거스텔(Glenn Gerstell)은 “국가 지도자들의 기밀 논의는 일급 비밀로 보호되어야 하며, 외국 정부가 접근해서는 안 되는 정보”라며 “이번 사건은 정보 보안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라고 경고했다.

향후 조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기밀 정보 취급 방식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