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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연방 판사 명령 위반 논란…헌법 위기 조짐

베네수엘라 이민자 강제 추방 과정에서 법원과 정면 충돌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판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추방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내 사법부와 행정부 간의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목요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E. 보아스버그(James E. Boasberg) 판사는 행정부가 자신이 내린 베네수엘라 이민자 추방 중지 명령을 어긴 정황이 발견됐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화요일까지 제출하라고 엄중히 명령했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행정부가 자신의 지시에 반해 두 대의 항공기를 통해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로 강제 추방한 데 대해 정부 관계자들이 **“법원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관련 정보를 법원에 제공하는 것을 지연시키며, “국가 기밀 보호”를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법무부, 청문회 취소 시도 및 연방 판사 배제 요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행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형국이다. 법무부 변호사들은 보아스버그 판사 앞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법원 청문회를 막기 위해 청문회 취소 요청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거부하자, 행정부는 더 나아가 보아스버그 판사를 이 사건에서 완전히 배제해 달라는 요청을 연방 항소법원에 제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조치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행정부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 보아스버그 판사의 탄핵을 요구하며 법원과의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과 보수 성향의 법무 관계자들은 보아스버그 판사를 “마르크스주의자” “테러리스트 동조자” “해킹자”로 비난하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존 G. 로버츠(John G. Roberts) 대법원장은 화요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행정부가 불리한 판결을 받았을 경우, 헌법적 절차에 따라 항소를 하는 것이 유일한 정당한 대응 방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우려했다.

법원 명령 어기면 모욕죄(conuploadt of court) 적용될 수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두 달 동안 여러 소송에서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이번 사건이 그 정점을 찍고 있다. 현재까지는 법원이 행정부 관리들을 “법원 모욕죄(conuploadt of court)”로 판결한 사례는 없지만, 만약 이번 사건에서 판사가 모욕죄를 확정한다면,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벌금형 혹은 심각한 경우에는 구속 조치까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법학자들은 행정부가 이를 무시할 경우, 법원의 권한이 무력화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미국이 헌법적 위기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행정부가 국가 기밀 보호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며,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정부 관리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보아스버그 판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추방 항공편이 몇 시에 미국을 떠났는지, 비행기가 미국 영공을 언제 이탈했는지, 엘살바도르에 정확히 언제 착륙했는지, 이러한 정보 제공 요구는 법원이 정부의 명령 위반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 ‘외국인 적법(Alien Enemies Act)’ 적용 문제
: 1798년 제정된 전시법 적용의 정당성 논란

이번 사건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1798년에 제정된 ‘외국인 적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이민자들을 강제 추방했다는 점이다. 이 법은 전시 상황에서 “적대국의 신민”을 신속히 제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긴급 조치로, 역사적으로 1812년 전쟁,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단 3번만 발동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들이 베네수엘라의 범죄 조직인 ‘트렌 데 아라구아(Tren de Aragua)’ 소속이며, 미국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 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트렌 데 아라구아는 범죄 조직일 뿐,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적대국 신민’으로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추방된 베네수엘라인 중 일부는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직후 범죄 조직과 연계되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는데 변호사들은 체포된 이민자들 중 일부가 단순히 특정 문신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조직원으로 오인되었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한 이민자는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떠 문신을 했으나, 당국이 이를 갱단의 문신으로 오해하고 그를 체포했다.

헌법 위기로 치닫나?

현재 보아스버그 판사는 법원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정책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사법과 행정부 간의 심각한 헌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의 결과는 행정부가 법원의 권위를 존중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헌법 질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화요일까지 행정부의 공식 답변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행정부의 대응이 향후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E. 보아스버그 판사 이력

제임스 에버렛 보아스버그(James Everett Boasberg)는 미국의 연방 판사로,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1963년 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법조계에 입문한 후, 보아스버그는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법률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판사로 임명되었으며, 2017년부터는 해외정보감독법원(FISA Court)의 수석판사로도 활동했다.

보아스버그 판사는 사법부에서 신중하고 원칙적인 판결을 내리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 선거법, 이민법, 개인정보 보호 등의 분야에서 주요 사건을 다뤄왔다. 그는 미국 정부의 감시 프로그램과 관련된 소송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며,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법률적 해석에 있어 균형과 절제를 강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치우치지 않는 판결을 내리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린 이후, 보수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보아스버그 판사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판사로 평가되며, 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본다.

-법조 경력
 워싱턴 D.C. 대법원의 판사(2002~2011)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D.C.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2011~현재)
 FISA 법원(외국정보감시법원) 수석판사(2020~2021)

-주요 판결 및 역할
 
*트럼프 관련 사건들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측 인사들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법적으로 제한
-FBI 및 정보기관의 감청 요청을 심사하는 FISA 법원에서 활동

*FISA 법원 수석판사 시절(2020~2021)
-국가안보 및 감청 관련 판결을 주로 맡았으며, FBI가 불법 감청을 한 사례를 적발하여 강한 경고를 보냈음.

*언론의 자유 및 행정부 감시 관련 판결
-CIA 및 FBI의 정보 공개 요청 관련 사건에서, 일부 기밀문서 공개를 명령하며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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