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가 국제형사재판소(ICJ)가 발부한 체포 영장에 따라 마닐라에서 구금됐다. 두테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마약과의 전쟁을 주도하며, 수만 명의 필리핀인들이 경찰, 청부살인자, 자경단에 의해 즉결 처형당했다고 인권 단체들이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마약 단속은 필리핀 내외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두고 수많은 갈등과 논의가 이어져왔다.
두테르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의 치명적인 단속은 광범위한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필리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다. 그의 후임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는 두테르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맹을 맺고 대통령에 올랐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취임 초기 국제형사재판소와의 협력을 거부했으나, 2023년 말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관들이 필리핀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두테르 전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조사와 체포를 지원하는 결정이었으며,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가 두테르와의 정치적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중요한 순간으로 해석된다.
두테르 전 대통령의 체포는 마르코스 정부의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필리핀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요청에 응해 두테르 전 대통령의 체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필리핀은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 전 대통령의 체포를 요청할 수 있었으며, 결국 두테르 전 대통령은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됐다. 두테르 전 대통령은 체포 직전 "백인 외국인들과 손을 잡으려면, 먼저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며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두테르 전 대통령은 2022년 임기 종료 후에도 자신이 지휘한 마약 단속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내 명령에 따라 한 모든 일에 대해 나는 책임을 질 것이다"며 자신을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 전 대통령의 체포는 수천 명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정의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가 퇴임 후에도 여전히 필리핀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두테르 전 대통령의 체포는 단순한 법적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그의 체포에 협력함으로써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이는 필리핀 내 정치적 갈등과 긴장을 더욱 부각시키는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